Richard Morris - The Evolutionists: The Struggle for Darwin's Soul (2001)


다윈과 월리스의 진화론은 계산기 두드려서 딱 떨어지는 연말 정산표가 아니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 장구한 지질학적 시간을 거치면서 개체와 종이 흥망성쇠를 겪은 끝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의 생명체들이 되었다지만,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다윈 살아 생전부터 말이 많았다.  급작스럽게 종이 변화를 겪을 수 있느냐 없느냐도 확실치 않았고 아예 종이 어떻게 새롭게 창조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개체에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가 종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전파되는지도 아리송했다.  멘델에 의해서 유전법칙이 밝혀지면서 진화론은 거시적은 차원에서 대충 정리가 되기 시작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연구할 바가 산적한 분야였다.  그러다가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이론들이 정리되었고 그 결과가 대종합 진화론이 된다.  우리가 배우는 진화론은 바로 이것이다.

리차드 모리스는 60년 이상 정설로 굳어진 진화론 종합판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종합판 내부에 각주처럼 붙어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몇 가지 논쟁점을 소개한다.  거기에 도킨스류의 정통 진화론자들과 굴드류의 반항아들 사이에 펼쳐진 논쟁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두 진영 사이의 논쟁은 사실 별로 큰 차이를 두고 벌어진 것도 아니다.  자연선택이 전적으로 진화과정을 지배하느냐 아니면 다른 메카니즘이 작동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스팬드럴(spandrel) 논쟁은 시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겠지만 사실 별로 혁명적이랄 것이 없다.  단속평형(punctuated equilibrium) 논쟁도 5만 년이 100만 년에 비하면 짧지만 여전히 지질학적 시간임이 분명하기에 별로 놀랄 것이 없다.  결국 두 진영 사이에 오간 숱한 비판과 답변과 재비판의 대부분은 강조점이 어디냐에 따라 대부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진영은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바로 그 점이 어쩌면 앞으로의 논쟁에 대비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증거들에 비추어 진화론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앞으로 대두될 진화론의 약점을 복잡계(a complex system)로서의 생물권 및 생명에서 찾는다.  사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 확실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지어 유전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유전 메카니즘 자체가 의심받고 있지 않은가.  비유전자적 유전방식(epigenetic heredity)는 또한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여기에 언어 등을 통한 상징체계가 유전 메카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까지 확실히 밝혀진다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 유전자를 완벽하게 해독해 냄으로써 분자생물학 뿐만이 아니라 생물학 전반에 걸친 중대한 고비를 넘긴 셈이라고 보았던 오만한 시각도 완전히 불식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까지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기까지 독자를 평이하고 설득력있는 길을 따라 인도해 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할 일을 썩 훌륭하게 해낸다.

by The3rdEye | 2005/12/09 18:22 | 과학과 기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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