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 타짜 2-4부


허영만의 타짜를 지난 주말 우연히 2부부터 4부까지 보게 되었다.  1부를 내가 읽고 보았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다. 일부를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부부터 4부는 별로 감명깊지 못했다.  그림도 허접했고 스토리는 뻔했다.  결말이 어떻게 날까 추측할 수 있어서 뻔했다는 말이 아니라 계속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뻔했다는 말이다.  건드리는 문제도 늘 거기서 거기였다.

난 허영만이 이현세보다 훨씬 더 훌륭한 만화가라고 생각한다.  몇 배쯤 더 훌륭하다고 본다.  허영만보다 더 솜씨 좋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건 최근 만화를 많이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때 만화를 꽤 많이 본 적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그 당시 쏟아져 나왔던 만화와 만화가들 중에서 허영만이 가장 나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크게 틀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때 이후로 이현세나 박봉성이나 기타 만화가들이 당시를 능가하는 역작이나 걸작을 냈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으니 역시 허영만이 이현세보다 훨씬 낫고 박봉성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의 만화가라는 판단은 크게 잘못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태어나서 권수로만 따진다면 만화책을 읽은 권수가 최고일 것이다.  특별히 만화를 비롯한 서글픈 대접을 받는 장르를 서글프게 대접하거나 하는 성향도 아니고 만화라고 괜히 눈살 찌푸리며 바라보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천대받고 무시받는 장르를 더욱 어여쁘게 봐주는 성향인 사람이다.  그런데도 나는 정말 대단한 감동과 인상을 받은 만화는 여지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고방식과 세계관과 인생관 따위를 뒤흔드는 그런 만화는 단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내 돈 주고 열 권 스무 권이고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강권하는 그런 만화를 단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만화책이 너덜너덜하게 읽은 경우도 없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만화책도 없다.

그게 내 취향 탓일까?  아닐 것이다.  어떤 가수의 음악 씨디를 선물하고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은 널리 읽히고 싶어 무단 번역하고 어떤 책은 몰래 훔치기까지 하여 읽고 어떤 영화는 매년 한 번씩 보고 또 보는데 왜 만화만 그런 작품이나 작가가 없는 것이냐?  그에 어찌 취향이나 편견 탓일 수 있느냐?

어쩌면 그게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만화가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일런지도 모른다.  철학의 부재.  그건 꼭 만화가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대가리 수의 문제일까?  소설판에는 서너 명쯤 있고 영화판에는 두 명쯤 있는데 만화판에는 단 하나도 없다면 한국 만화판은 영화판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  돈과 시장규모와 기타등등 문제까지 따져서 원래 보잘 것 없는 규모이니 대가리 수를 논한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면 그냥 퍼센티지의 문제가 되는 것일까?  아니 오히려 그렇게 퍼센티지로 보면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것일까?  문학판에는 0.001 퍼센트가 볼 만한데 영화판에는 0.5 퍼센트가 대단하고 만화판은 제로인가?  그러면 무협소설판은 마이너스더냐?

by The3rdEye | 2006/01/03 01:28 | 非판타스틱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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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olomarine b.. at 2007/06/0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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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thar at 2006/01/03 04:03
기존 매체, 여기서는 출판계의 문제에다 (디쉬의 표현을 빌면)쟝르의 계급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경제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여건을 이겨내는 작가의 등장 말고도, 그런 작품을 원하고 가치를 알아주는 독자층의 존재도 어쩌면 모자란 건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어이쿠 ㅋ at 2014/07/30 00:47
아는척 유식한척 박식한척. 척 척척 쩌시는듯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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